
빵 좋아하시는 분들 요즘 SNS 보면 "이 빵 드디어 영접했다"는 글 자주 보이지 않나요. 동네 빵집은 한 집 건너 한 집인데, 정작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빵집 앞에 1시간씩 줄을 서요. 심지어 온라인으로만 파는 빵을 직접 사겠다고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드는 풍경까지 펼쳐지고요.
빵이 흔해진 시대에 오히려 "쉽게 못 구하는 빵"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 현상,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빵 행사 이야기와 함께 요즘 빵 소비 트렌드를 정리해봤어요.

온라인 빵집 25곳이 한자리에…100m 줄 선 '빵력장터'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주택가에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생겼어요. 건물 반 바퀴를 감쌀 정도로 긴 행렬이었는데,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이날 열린 행사는 베이커리 커뮤니티 '빵모닝'이 주최한 '빵력장터'라는 팝업스토어예요. 약 992㎡(300평) 규모 공간에 전국 25개 유명 베이커리를 한데 모은 행사였죠. 2024년 백화점 내 소규모 행사로 시작했지만, 빵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규모를 키웠다고 해요.
어떤 빵집이 모였나
- 수원 치즈케이크 전문점
- 경북 김천 베이글 맛집
- 대전 샌드위치 브랜드
이렇게 전국 각지의 베이커리가 참여했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모두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온라인 판매만 하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평소엔 쉽게 접할 수 없던 빵집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크럼블·콩볼·떠먹는 케이크 같은 인기 빵을 쇼핑백 가득 담아 나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20대 방문객은 평소 멀어서 가기 어려웠던 유명 빵집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해서 1시간 30분을 들여 찾아왔다고 했어요.

빵집 넘쳐나는 시대, 생존 비결은 '희소성'
업계는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고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규 브랜드가 활발히 들어왔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거죠.
숫자로 보면 더 와닿아요. 지난해 국내 제과제빵 브랜드 수는 342개로, 전년(303개)보다 12.9% 늘었어요. 삼일PwC 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인구 10만 명당 54개로, 일본(10개)보다 5배 이상 많아 시장 포화도가 크다고 분석됐습니다.
이렇게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떠오른 게 바로 '희소성'이에요.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 자체가 관심을 끌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거죠.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프랜차이즈보다, 오픈런하거나 길게 줄 서야 구할 수 있는 소규모 빵집에 발길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표 사례, 대전 성심당의 '대전 외 출점 안 함' 전략
희소성 전략의 대표 주자가 대전의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이에요. 성심당은 1956년 설립 이후 '대전 외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서울 상권이나 백화점 팝업으로 접점을 넓히는 다른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셈이죠.
그런데 이 전략이 오히려 "가봐야겠다"는 방문 욕구를 자극하면서 높은 충성도로 이어졌어요.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구매추정액 순위에서 성심당은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반응이 뜨거웠어요.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성심당 구매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7% 늘어, 4050세대(20.8%)보다 두 배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트렌드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희소성 전략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가격보다 경험…달라진 소비의 무게중심
사람들이 긴 줄을 감수하면서까지 '구하기 어려운 빵'을 찾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저성장 국면이 길어지면서, 비싼 물건을 사기보다 시간을 들여 특별한 경험을 얻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게 됐다고 분석해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측은 희소한 대상에 끌리는 건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라 오래된 인간의 기본 소비 욕구라고 설명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욕구를 명품이나 고가 상품으로 드러냈다면, 최근에는 한정된 시간을 남들과 다른 경험을 만드는 데 쓰려는 경향이 커졌다는 거죠. 무엇을 소유했는지보다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빵 하나 사겠다고 줄 서는 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줄 서는 시간과 '드디어 구했다'는 경험 자체가 요즘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가치가 된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빵력장터는 어떤 행사인가요?
베이커리 커뮤니티 '빵모닝'이 주최하는 팝업 행사예요.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온라인으로만 파는 전국 유명 베이커리를 한자리에 모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한 행사입니다. 2024년 소규모로 시작해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어요.
Q. 왜 흔한 빵보다 구하기 어려운 빵에 사람이 몰리나요?
베이커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희소성'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가 됐기 때문이에요. 쉽게 살 수 없다는 점 자체가 관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Q. 성심당은 왜 대전에만 있나요?
1956년 설립 이후 '대전 외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이 전략이 오히려 희소성을 만들어 방문 욕구와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Q. 희소성 소비는 일시적인 유행인가요?
전문가들은 희소한 대상에 끌리는 건 오래된 인간의 기본 소비 욕구라고 봐요. 다만 최근에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물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Q. 국내 빵집은 얼마나 많은가요?
지난해 기준 국내 제과제빵 브랜드 수는 342개로 전년보다 12.9% 늘었어요.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인구 10만 명당 54개로 일본(10개)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마무리
흔할수록 귀한 게 더 귀해진다는 말이 빵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디서나 빵을 살 수 있게 된 시대에, 오히려 '여기서만, 지금만' 구할 수 있는 빵에 사람들이 시간을 들이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건 빵 한 봉지가 아니라 '드디어 구했다'는 경험과 만족감인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멀리 있는 빵집이 자꾸 눈에 밟힌다면, 그건 단순한 식탐이 아니라 요즘 소비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거랍니다.